20대 초반, 나는 뉴질랜드에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.
낯선 도시의 아침 공기, 익숙하지 않은 영어 발음들 사이에서
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,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로비 윌리엄스를 처음 만났다.
처음엔 그냥 흥겨운 음악이었다.
‘Rock DJ’ 같은 곡은 리듬이 좋아서 무작정 따라 불렀고,
가끔은 정신병자 같은 그의 음악이 좋았다.
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, 이상하게도 그보다 더 서정적인 노래들이 자꾸 내 마음에 머물렀다.
‘Eternity’, 그리고 ‘Better Man’.
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사랑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, 그 안에는
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조용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.
그게 그 시절의 내 감정과 이상하게도 닮아 있었던 것 같다.
한국으로 돌아와 몇 해가 지난 후,
영국의 한 무대에서 그가 부른 ‘My Way’를 우연히 영상으로 보게 됐다.
눈부신 조명 아래에서도 그의 표정은 담담했고,
마치 오래 참아온 감정을 겨우 쏟아내는 듯한 그 무대는
내 마음을 세게 두드렸다.
그렇게 로비 윌리엄스는 내 청춘의 일부가 되었다.
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, 최근 나는 다시 그를 만났다.
바로 영화 **‘Better Man’**을 통해서였다.
그 영화 속의 로비는 무대 위의 ‘슈퍼스타’가 아니었다.
그는 마치 팬들과 음악 산업 사이에서 늘 ‘춤을 춰야만 하는 원숭이’ 같았다.
기계처럼 프로그램된 시간표, 기대되는 모습, 눌러 담은 감정들.
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.
어쩌면 나도 오랜 시간 동안 시스템 속의 ‘부품’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.
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,
누군가의 기준에 맞게 웃고 말하던 시간들.
그 안에서 나 자신의 진짜 감정은 꽤 오래 숨겨져 있었다.
그런 내 마음을 다시 꺼내준 노래가 있었다.
영화 속 로비가 불렀던, 바로 그 노래.
“As my soul heals the shame, I will grow through this pain.”
내 영혼이 수치를 치유하면, 이 고통 속에서 나는 자랄 것이다.
나는 지금도 백수고, 내 삶이 완성형은 아니다.
하지만 더는 나를 숨기지 않고, 내 불완전함을 끌어안고
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싶다.
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.
이 글을 읽는 당신도,
혹시 지금의 삶이 완벽하지 않더라도,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.
우리 모두 조금씩 천천히, Better Man이 되어가는 중이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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